신해철 잡문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펑크 음악에 심취해 있던 어느 학생이 '전형적인' 펑크족의 옷차림으로 캠퍼스를 활보한다. 다른 학생들과 교수들의 눈초리가 따갑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노교수인 유교수와 마주쳤을때도 그는 당당했다. 왜 그런 옷차림으로 학교에 왔냐는 교수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외모가 곧 자기 자신이라 답한다. 유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그가 다시 유교수를 만났을 때, 그는 더이상 펑크족의 외모가 아니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그를 유교수는 알아보지 못한다. 그때는 어렸노라고, 철이 없었다고 겸연쩍어하는 그에게, 유교수는 '나는 당신을 모른다'고 돌아선다.

2008년 신해철은 100분 토론 400회 특집에 참여했다. 그가 등장할 때 자막은 '대중가수'라고 적혀 있었고, 그의 옷차림은 그가 공연 때 입던 '마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대의상으로 토론에 참석한 그는 양복 차림의 다른 토론자들을 압도할 만큼 논리적이었고 날카로웠다. 그는 '진보 논객' 따위가 아닌 '대중가수'로 토론에 참여했고, 자신의 모습에 당당한 만큼 그의 발언 역시 거침없었다. 그가 유교수의 학생이었다면, 유교수는 그를 한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을 것이다.

신해철은 항상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나에게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냐고 다그쳐 물었고, 현재의 행복이 미래의 안정보다 중요하다고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학창 시절 내내 학교에서의 어떤 가르침보다 나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노래는 소심하기만 했던 유년기를 꿈꾸며 지나올 수 있게 해준 친구였고, 막막하기만 한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딜 때 든든한 어깨를 내주었던 선배였다.

그가 이제는 평온하게 쉴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덧글

  • kate 2014/10/30 10:59 # 답글

    허망한 죽음이 아직 믿어지지않는군요.
  • 2014/11/10 12: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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