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립 예술대학 (RCA) 커뮤니케이션 아트 & 디자인 2011 졸업전시회 학교

이번 전시는 학과 이름이 Visual Communication 으로 바뀌기 전 마지막 전시였다. 나와 함께 입학한 친구들은 Communication Art & Design 학과로 지원했고, 학과장이 바뀌는 과도기를 겪었다.  Art 와 Design이 함께 공존하는 학교에 대한 기대를 품고 지원한 나같은 학생들에게 Art 를 없애 버리는 학과명의 변경은 좀 실망스러웠지만, 많은 학생들은 오히려 이런 방향 전환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RCA 커뮤니케이션 학과가 가장 많이 들어 왔던 비판, 예술과 디자인 사이 어딘가에서 방향을 잃어 버린 애매함, 을 반영한 발전적인 변화라는 것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아직 그 변화가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이번 전시에서 순수예술가인 전 학과장 덴펀 Dan Fern 에서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 Neville Brody 로의 변화를 찾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전시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그래픽 디자인 작업은 어디있나?'라고 물을 만큼, 이번 전시 역시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 처럼 예술과 디자인을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구분하려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는 허물어 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었지만, 이미 그 경계를 찾아 볼 수 없는 이곳에서는 오히려 그 구분이 좀 필요한 듯 하다. (RCA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그래픽디자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학생의 비율은 1/3정도다. 그 이외의 학생들은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문제는 '디자인'의 틀안에서만 작업 하던 학생들이다. 그들은 갑자기 너무 많은 다양함과 가능성을 접했을 때 혼란을 겪는 듯 하다.)    

나는 이 학교가 추구하는 하나의 방향성 '컨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의 의미가, 디자이너 모두를 예술가로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 만큼이나 이곳의 학생들도 '클라이언트의 의뢰' 혹은 '수업에서 내주는 과제'에 의한 작업이 아닌, 스스로 주제를 발전 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를 처음 접할 때 당황한다. '네가 평생 동안 저항하는 가치가 뭔가?' 같은 질문을 받으면 영어에 문제가 없는 네이티브들도 어학연수 한달하고 온 학생들 만큼 더듬거리며 겨우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한 학기가 훌쩍 지나버리기도 한다. 그들 중 소수는 그 대답을 찾아 가지만, 많은 학생들은 '예술가인 척'하는 애매한 작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 작업들은 일종의 추상예술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확실한 이론이 뒷받침 되지 않는 작업은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공허한 독백 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2년 이라는 시간동안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없이 자유로운 작업을 진행하던 사람들도, 졸업을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는 디자이너인가. 예술가인가. 나 역시 그 질문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대학원은 그 질문의 대답을 얻기 위한 장소가 아닌, 그 질문을 시작하기 위한 장소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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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ermione 2011/09/09 10:57 # 답글

    링크 눌렀더니 로긴하라는 안내가...
  • 준호 2011/09/09 22:26 #

    학교 사이트라서 그런가봐요 ㅠ
  • 2011/09/09 13: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준호 2011/09/09 22:25 #

    고마워요 ㅋㅋ 강남좌파가 요즘 대세던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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