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73번 버스는 내가 자주 타는 버스다. 이 버스는 일층짜리 버스를 앞뒤로 두개 이어 붙인 모양의 버스인데, 버스를 탈때 뒷문으로도 탑승할 수 있다. 뒷문에도 승차비를 낼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지만 버스기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종종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나도 그중에 한명인데 무임승차를 하다가 걸리면 50파운드라는 적지 않은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무임승차를 할때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항상 눈치를 살핀다. (예전에 술먹고 정신 놓고 있다가 걸린적이 있다.) 다행히 그날은 돌아 다닐 곳이 많아 일일패스를 끊었고 마음편하게 앉았다. 하지만 그날 승차권을 검사하는 사람들이 탔고 사람들은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하지만 당당하게) 패스를 내밀었고 그들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뒷편으로 향했다. 그날 무임승차로 벌금을 부과받은 사람은 두명이었다. 그들은 한눈에도 이민자 처럼 보이는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이었다. 영국은 개인에게 부과된 주민번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벌금을 부과 하기 위해서는 집 주소를 알아야한다. 보통 사람들은 가짜 집주소를 대는데 순간적으로 그걸 꾸며 내는 일이 쉽지않다. 버스검사관은 당신 가짜 주소를 대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고, 급기야 그들은 버스를 세웠다.

남의 일이었던 그 일이 자신의 시간을 뺏는 일이 되자 버스안의 사람들의 눈빛이 변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그들은 당항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순식간에 뒤를 돌아보는 버스안의 사람들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무서운 눈빛이었다. 나는 그들의 눈빛에 내것을 보태기 싫었다. 그것이 당하는 사람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었다. 무임승차를 한 사람들의 영어는 짧았고 무언가를 설명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야 하는 법이지만 그 법은 약자에게 더 잔인해 보였다. 50파운드라는 돈이 그들의 생계에 정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만큼 큰 돈이라면, 그렇더라도 그 법은 그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야 하는 걸까. 버스는 정지했고 사람들이 다른 버스로 모두 이동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대처 했는지 모른다. 나는 벌금을 내야 하는 사람과 받아야 하는 사람 사이에 -비록 그것이 합법적이지 않더라도- 어떤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이 사회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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